7월 전기차 역대 최고 판매 기록캐즘 지나 안정기 맞았나 기대감 솔솔EV5·세닉·씰·A6·IX 등 선택지 다양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무색할 만큼 부진 국면을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세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가 신차를 경쟁적으로 출시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정체 기간을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 하반기에도 신차를 지속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13만8503대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차 판매량은 2만5568대로 작년 대비 69.4% 증가했다. 이는 월간 판매량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전기차가 전체 신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18.5%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4만8848대로 42.8% 증가했다. 반면 가솔린과 경유차는 각각 12.5%, 24.7% 감소했다.
월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9월 처음으로 2만 대를 돌파한 이후 캐즘 영향으로 2년 넘게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올해 5월 2만1445대를 판매해 간만에 2만 대를 돌파한 뒤 3개월 연속 2만 대 넘게 판매되고 있다.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신차 등록 대수(15만419대)에서 전기차 비율은 1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11.1%)보다 5.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무엇보다 신차 효과가 뚜렷했다. 국산·수입차가 연이어 신차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확대, 전기차 판매 반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이오닉 9을, 기아는 전기 세단 EV4를 선보이며 전기차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아이오닉 9과 EV4는 각각 월평균 800대, 1200대가량 팔리며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두 모델 모두 지난달 출시 이래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전기 SUV 모델Y의 부분 변경 모델도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7357대를 판매해 전체 수입차 판매(2만7090대)의 27.2%를 담당한 테슬라는 단숨에 수입차 시장 상위권을 점령했다. 특히 모델Y는 6559대가 팔리며 압도적인 격차로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기존에 출시된 전기차 모델들도 판매 호조세를 유지했다. 아이오닉 5, 캐스퍼 일렉트릭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각각 8379대, 5170대가 팔리며 현대차 전기차 판매 1, 2위를 기록했다. 기아도 올해 들어 EV3(1만4724대), 레이 EV(5976대), EV6(5744대)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업계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보이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대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 국면을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20만 대를 돌파, 3년 만에 반등세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2년 16만4482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3년 16만2593대 ▲2024년 14만6883대로 2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 올해는 7월까지 11만8717대를 기록한 상태다.
하반기에도 신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아이오닉 6 부분 변경 모델을 지난 2022년 9월 이후 3년여만에 선보였다. 에너지 밀도를 높인 4세대 배터리 성능과 다양한 편의사양,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으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562km에 달한다.
기아도 이달 브랜드 첫 전기 미니밴이자 첫 전동화 전용 목적기반차(PBV) 모델인 PV5를 출시했다. 이어 다음 달 스포티지급 차체를 갖춘 준중형 전기 SUV인 EV5를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르노코리아도 전기 SUV 세닉 E-테크의 국내 판매 가격과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정하고 지난 21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수입차 브랜드도 신차 출시에 한창이다. BYD는 지난 20일부터 국내 두 번째 선보이는 중형 전기 세단 씰의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씰은 앞서 14일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평가가 완료되며 국가 보조금이 178만 원으로 확정됐다.
이밖에 아우디는 최근 전기 세단 A6 e-트론을, BMW는 iX 부분 변경을 한국 시장에 투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까지 판매가 부진한 전기차 대신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차에 전력을 쏟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었다"라며 "그럼에도 전기차 시장은 놓쳐선 안 될 시장으로, 점유율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