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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차량 검수하고 상품화
정보 비대칭성 해소 전망
계열사 연계 서비스 제공…'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구축 기대
14일 글로벌 리서치 기관 프로스트&설리반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소비자 주요 지출 항목에서 중고차는 약 39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차(58조 원) 시장에 이은 2위이며 가전 제품(29조 원), 화장품(28조 원) 소비보다 더 큰 규모다.
중고차 시장은 지금까지 대기업 시장 진출 제한 사업이었지만, 최근에는 현대차와 기아 등 대기업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렸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현대차와 기아가 내년 1~4월 각 5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 판매를 하고 5월부터는 본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현대차는 최근 경상남도 양산시와 경기도 안성시에 중고차 판매 거점을 마련하고, 온라인 사이트 구축에 나서는 등 사업 개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에서는 '레몬 마켓' 탈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레몬 마켓이란 레몬 시장에서 판매자가 소비자보다 레몬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어서 최상품이 아닌 시고 맛없는 저급품을 비싸게 유통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중고차시장도 마치 레몬 마켓처럼 중고차 딜러가 소비자보다 차량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어, 결함을 숨기거나 속여 판매하는 등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돼 있다고 인식한 소비자는 81%에 달했다. 주로 가격산정 불신과 허위·미끼 매물, 주행거리 조작, 사고 이력 등이 꼽혔다. 소비자연맹 조사 결과에서는 중고차 구매자의 중고차 시장 신뢰도는 14.8%, 매매상에 대한 신뢰도는 11.2%에 불과했다.
실제 현대차는 중고차 시세 정보와 매매 관련 통계 데이타를 제공하는 정보 포탈을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기업은 자체 서비스 센터(현대차 블루핸즈, 기아 오토큐)를 보유하고 있어 차량 이력 관리가 용이하고 기능 점검을 통해 높은 수준의 상품화를 할 수 있다.
기존 엔카, 케이카 등 차량을 검수하고 판매하는 서비스와의 경쟁도 본격화되는 등 궁극적으로는 인증 중고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카는 자체적으로 '진단마스터'가 직접 점검하고 무사고 차량만 판매하는 '엔카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케이카는 기본적으로 차량을 직매입한 뒤 상품화를 거쳐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카에서 판매한 차량이 침수차로 밝혀질 경우 전액 환불과 보상금을 제공하는 '침수차 안심 보상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감가상각'이 심한 품목이라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시장이 너무 불투명해 소비자가 차량의 잔존가치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존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된다면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중고차를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연계해 차량 구독 서비스, 배터리 렌탈 등 신규 사업과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신차, 렌탈, 중고차 구매 등 모든 방법에 대한 창구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제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의 주목적은 온라인 채널 구축을 통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면서 "중고차 판매는 중장기적으로 차량 구독 서비스, 전기차 정비, 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렌탈 등 신규 사업 기회로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