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기아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기부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 3분기 누적 기부금은 2099억원으로, 1796억원을 기부한 삼성전자보다 300억원 이상 많았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6억원, 578억원 기부를 확대해 기부액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 1, 2위에도 올랐다.
반면 교보생명은 세무상 이익 감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악화 등의 이유로 1년 전보다 기부금 규모를 100억원 이상 줄였다.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2년 연속 기부금액을 공시한 26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은 총 1조41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342억원)보다 2844억원(25.1%) 증가했다.
반면 해당 기업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3조3716억원으로, 1년 전(135조8225억원)보다 42조4509억원(-31.3%) 줄었다. 매출액도 1887조8197억원에서 1802조8126억원으로 85조71억원(-4.5%) 감소했다.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에서도, 기부금을 지난해보다 늘린 셈이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기부금 출연을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4% 늘었고, 기아 누적영업이익도 9조1421억원으로 98.4%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올 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을 13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7억원)보다 876억원(179.9%) 확대했다. 2위인 기아도 누적 기부금이 158억원에서 736억원으로 578억원(365.9%) 늘렸다.
이어 하나은행(536억원·257.0%↑), HMM(011200)(248억원·1712.9%↑), 한국전력공사(015760)(219억원·22.7%↑), 쌍용C&E(003410)(206억원·1239.9%↑), SK에너지(152억원·2188.2%↑), LG생활건강(051900)(139억원·30.1%↑), 대한항공(003490)(133억원·232.5%↑), KT(030200)(112억원·91.5%↑) 등이 지난해보다 기부금 규모를 키웠다.
반면 올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교보생명보험(073980)이다. 3분기까지 교보생명의 누적 기부금은 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5억원)보다 439억원(-96.5%) 줄였다. 생보사들은 매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 직전년도 세무상 이익의 일부분(상장사 0.5%·비상장사 0.25%)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세무상 이익이 급감하면서 기부금 규모도 큰 폭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한파'로 실적이 악화된 삼성전자(005930)(-433억원·19.4%↓)와 SK하이닉스(000660)(-157억원·27.3%↓)도 올해 기부금 지원을 큰 폭으로 줄였다. 이어 한국중부발전(-56억원·42.6%↓), 한국남부발전(-54억원·70.8%↓), 하나금융지주(086790)(-51억원·42.9%↓), 롯데케미칼(011170)(-34억원·31.9%↓), SK엔무브(-30억원·89.0%↓), LS일렉트릭(010120)(-28억원·78.7%↓), 한국수력원자력(-27억원·13.6%↓) 등도 기부금이 감소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기부금을 지난해보다 줄였음에도 개별 기업 단위로는 여전히 기부금 규모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까지 총 1796억원을 기부했다. 이어 현대차(1362억원), 한국전력공사(1185억원), 하나은행(745억원), 기아(736억원), LG생활건강(601억원), SK하이닉스(416억원), 포스코(378억원), HMM(263억원), 우리은행(23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전의 경우 대규모 적자에도 올해 누적 기부금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부금 대부분이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출연금으로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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