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美 사전계약 돌입…국내와 비슷한 시작가격 5만4900달러로 '경쟁력'
대형 차종 선호·경쟁 모델 대비 저렴도 강점…"국내보다 미국서 인기 높을듯"
기아 대형 전기 SUVEV9. (기아 제공) 2023.10.4/뉴스1
기아(000270)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전기차 EV9의 판매량을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출시 넉달이 되도록 올해 목표 판매량의 10%도 채우지 못해서다. 그러나 4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출격을 앞두고 있어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의견도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미국 판매법인은 오는 16일 EV9 사전계약을 실시한다. 4분기 중 출시 예정으로 11~12월에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가장 낮은 라이트 RWD 트림이 5만4900달러부터 시작해 국내 EV9 시작가격인 7337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EV9는 현대자동차·기아를 통틀어 첫 3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다. 신형 전기차이면서 동시에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를 겨냥한 점에서 출시 전부터 기대가 컸다. 같은 패밀리카로 분류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카니발과 비교해 전기차 특유의 저렴한 유지비용·주행 성능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기아 브랜드 모델 중 가장 비싸다는 점이 EV9 국내 판매의 발목을 잡았다. 7000만원대부터 시작하긴 해도 가장 많이 판매되는 중간 트림은 8000만원대 가격이고, 이런저런 옵션을 붙이면 9000만원선에 가까워진다. 출시 초기 발생한 창문 결함 문제 등을 비롯해 주행중 동력 상실, 충전 제어장치, 전자식 변속 제어장치의 무상 수리까지 품질 이슈도 빚어지기도 했다.
EV9 판매량은 지난달 1163대로 전달 408대보단 다소 상승했지만, 기아의 주력 차종들이 월간 4000~5000대, 많게는 1만대 판매량까지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쉽다. 출시 4개월 동안 누적 판매량은 4156대다. 올해 판매량 목표 5만대의 10%도 안된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에서 기대를 거는 이유는 시장 환경이 국내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준대형 SUV로 분류되는 차종은 미국 시장에서 중형인 미드 사이즈급으로 분류된다. 대형 차종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EV9의 진입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기아는 이미 동급 시장에서 내연기관 차종인 텔루라이드로 미국에서 성공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다.
국내선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테슬라의 모델X, 볼보 EX90, 리비안 R1S 등이 8만달러(약 1억원)를 훌쩍 넘기는 것과 비교하면 시작가격은 낮다. 현대차그룹 고유의 장점인 뛰어난 편의기능도 갖췄다.
스티븐 센터 기아 아메리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아 브랜드의 첫번째 3열 전기 SUV인만큼 상당한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가격이나 부정적 요소들이 집중되면서 판매 부진을 겪었는데, 초기 품질 문제 등은 해소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더 잘 될 수 있는 요소들을 갖고 있다"며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따라 국내보다 더 인기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