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 시장에서 10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도 기아 주식은 꾸준히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보통 비수기로 평가받는 3분기에도 기아와 현대차가 선전하며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 주식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8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600원(1.95%) 올랐다. 개인이 기아 주식을 377억원어치 순매도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9억원, 116억원 순매수하며 주가를 방어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기아 주식을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는 총 1519억원이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10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며 1조5721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 기아 본사 모습. /뉴스1 현대차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9만500원으로 전날보다 300원(0.16%) 내렸다. 현대차 주가는 장 중 오름세를 보였으나, 외국인이 7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하락 마감했다. 다만 외국인은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현대차 주식 106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전체로 봐도 외국인은 기아·현대차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현대차 주식을 1조8570억원, 기아 주식을 8250억원씩 순매수했다.
두 회사 판매 실적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외국인의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549만1073대를 팔았다.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8% 늘었다. 미국 시장 실적이 두드러진다.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미국 판매량은 43만302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가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BofAsecurities)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인센티브(Incentive) 지출이 지난달 들어 감소했다.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인센티브는 현지 딜러에게 차량을 판매할 때마다 지급하는 판매 촉진 장려금이다. 인센티브를 줄이고도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긍정적인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기아와 현대차의 재고 일수도 각각 18일, 23일 수준이어서 빡빡한 수급이 이어지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9월까지 미국 시장점유율은 10.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재고 일수가 시장 평균이나 과거 평균보다 여전히 낮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하반기 경영 실적도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세를 이어가 연간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을 160조2629억원, 영업이익 14조7911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2.44%, 50.63%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기아의 매출은 16.22% 늘어난 100조6025억원, 영업이익은 63.9% 뛴 11조8552억원으로 예상됐다.
다만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자동차 구매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기차 중심의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걱정거리다. 중국 전기차 선두 업체 비야디(比亞迪·BYD)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9월 들어 유럽 시장의 경우 정부 보조금 축소·폐지 발표로 판매가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